우리집 대장인 와이프의 생일을 기념하여 송도 특우 에 방문했다. 요즘 오마카세 오마카세 지겨울정도로 여기저기 노출이 많이 되고 있는데, 처음 오마카세 열풍을 이끌었던 스시 오마카세에서부터, 한우 오마카세, 한돈 오마카세… 커피 오마카세에 심지어는 족마카세라는 족발 오마카세까지 뭔가 이 단어만으로도 약간의 피로감이 몰려 올 정도로 오마카세 홍수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오마카세가 정확히 뭔지, 그리고 송도 특우 는 그 오마카세의 정의에 맞게 구성과 퀄리티를 갖추고 있는지 오늘 확실하게 한 번 알아보자
송도 특우, 와이프 생일에 방문한 고급 한우 오마카세
송도에도 한우 오마카세라는 컨셉을 내세운 업장들이 최근 굉장히 많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원조격인 우스페이스를 시작으로 소성정, 수라일상, 돗가비누각 까지 1인 10만원 이상의 고가의 가격을 내세웠음에도 주말에는 예약이 힘들만큼 오마카세의 인기가 대단하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오픈한 송도 특우를 방문하고 느낀점을 아주 상세하게 한 번 리뷰해 보도록 하겠다.
오마카세란? (お任せ)
오마카세의 사전적 의미는 ‘맡긴다’라는 뜻의 일본어이며, 실상 한국에서 쓰이는 의미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정해진 형식과 코스에 맞춰 음식이 차례로 제공되는 한국식 오마카세와 달리 실제로 일본에서는 ‘오마카세’라고 하면 그 날 제공 받을 음식의 재료, 종류, 조리 방식 전부를 모두 주방장에게 맡기는 형식의 식사형태를 지칭한다. 쉽게 풀어 이야기 하자면 우리식으로 주방장특선, 주방장추천, 오늘의 요리정도 되겠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오마카세와 완전 반대의 의미로 고객이 모든 재료, 메뉴, 조리방식을 자유롭게 요청하고 주방장이 이를 그대로 따라 음식을 제공하는 형식인 ‘아라카르트’라는 식사의 형태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스시야 (초밥음식점)를 시작으로 ‘오마카세’라는 문화가 생겨났는데 최근에는 한 끼 식사 치고는 비싼 가격때문에 이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이라는 용어 자체가 젊은이들의 사치스러운 문화생활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기도 한다.
유투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오마카세는 가격과 셰프의 경력, 그리고 인지도, 식당의 위치등을 통해 급을 매긴다. 엔트리급, 미들급, 하이엔드 급으로 급이 매겨지는데 사실 미식가들에게나 통용되는 굉장히 주관적인 영역이다. 보통 7만원대부터 10만원 이하까지를 엔트리급, 10만원대의 오마카세를 미들급, 20만원을 초과하는 업장은 하이엔드급으로 구분하며 이는 디너식사 가격 기준이다. 보통 이 디너식사 가격의 50-60%정도 수준으로 런치 식사의 가격이 책정된다.
송도 특우 메뉴 구성
송도 특우의 디너식사 구성은 위와 같다. 특우라는 상호명은 특별한 대우, 특별한 한우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웰컴스프
처음으로 제공된 웰컴스프이다. 양송이스프에 트러플 오일이 뿌려져 있는 크리미한 스프. 부담없이 맛보기에 너무 적당한 양과 맛이었다. 아니 사실 양은 적은데 본인 취향의 맛이 나서 추가주문이 가능한지 묻고 싶었지만 시작부터 진상을 부릴 수는 없어서 간신히 허벅지 꼬집으며 참아낼 정도로 너무 새롭고 훌륭한 맛이었다. 이 날 먹었던 음식들중에 본인은 이 스프를 첫번째, 아, 한 세번째 정도로 꼽을 수가 있다.
이 날 제공될 송도 특우의 이쁜 한우의 모습이다. 부위별로 설명을 간단하게 하고 고기를 구워주시는데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던걸로 미루어보아 2+급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일반인들이 2+이고 1+이고 구분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냥 한우면 다 맛있다.
한입거리 (아뮤즈부쉬)
보통 파인다이닝에 가면 아뮤즈부쉬라고 불리우는 한입거리 음식이다. 직접 담근 장을 살짝 올린 채끝 육사시미, 그릴에 구운 관자와 식초간을 한 해초, 가장 인상적이었던 삶은전복이 한입거리 음식으로 제공이 된다. 전복은 질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말랑말랑 하지도 않을 정도의 적당한 삶기여서 씹는맛이 일품이었고, 내장으로 만든 게우소스와 전복을 먹는건 처음이었는데 보통 버터, 소금장에 먹는것보다 훨씬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어서 아직도 생각이 난다. 색만 보면 절대 내 타입이 아니지만 도전해보길 잘했다.
구이3종
다음으로 제공된 우설과 파절임. 후추 소금간이 되어있어 딱히 장에 찍어먹지 않아도 될 적당한 간이었고 언제나 그랬듯 쫄깃쫄깃 씹는맛이 아주 제대로였다. 우설도 원래는 먹지 않았는데 저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야키니꾸에 제공된 우설을 먹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그 이후로는 찾아먹지는 않지만 메뉴에 있다면 굳이 거부하지는 않는 정도가 됐다. 사실 소의 귀엽고 윤기 좔좔 흐르는 두툼한 혀를 생각한다면 절대 먹을 수가 없지만, 그렇게 따지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암튼 위의 우설도 평균 이상이었다.
이번에는 안심구이다. 고기 굽기를 보면 알겠지만 미디움 레어정도로 대부분의 고기를 주워주시는데 나쁘지 않았다. 소고기는 피의 맛이 느껴질 정도로 굽는게 본인에게는 적당한 굽기이다. 한 피스의 안심에만 트러플을 갈아서 올려주는데 트러플 오일만 먹어 본 촌놈의 입맛에는 그냥 고기씹는데 방해만 되고 거슬려서 빠르게 삼켜버렸고 기대했던것 만큼의 향도 나지 않아서 이건 좀 취향을 탈 것 같다. 아스파라거스와 제공되는 홀그레인 머스타드가 고기 절반정도를 덮어서 먹을만큼 너무 맛있었다. 기성품들처럼 용기에 있는걸 쥐어짜서 주는게 아니라 굉장히 작은 유리병 용기에서 귀여운 숟가락으로 한숟갈씩 떠서 주시던데 어디 제품인지 물어볼걸 그랬네…
구이3종 구성의 마지막을 장식할 채끝 등심과 우니. 우니는 텍사스산이며 일본 북해도, 미국의 우니에비해 크리미한 식감과 맛이 특징. 우니를 태어나서 한번도 안먹어본 본인은 이날만큼은 우니를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뭔가 해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 하지만 도전하는자는 아름답다. 역시나 생각했던것보다 비린맛도 안나고 고소한것이 왜 사람들이 이 우니에 미치는지 알겠더라… 고기에 살짝 올려서 와사비를 곁들어 먹으니 이것이 천국… 우니만 단독으로 먹는것은 아직은 힘든 단계이지만 앞으로도 우니가 곁들여진 음식은 크게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고기도 굽기 적당하고 지방도 적지도, 많지도 않은것이 다방면으로 아주 훌륭했다.
입가심
기름진 구이를 먹었으니 느끼함을 없애줄 첫번째 입가심 디쉬로 제공된것은 보리김치국수이다. 국수의 면은 쌀국수이며 육수는 닭을 우려서 낸 닭육수. 김치가 적당히 달고 시큼한것이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향과 맛을 충분히 더해줬고, 간이 강하지 않은 은근한 맛의 육수도 부담없이 들이키기에 너무 좋았다. 양이 너무 적어 아쉬웠는데 사이드메뉴정도로 이 보리국수만 먹어보고 싶기도 하다.
양념구이 2종
처음부터 썰어놓은 가지와 부채살을 어디에 재워놓고 계시던데 그게 아마 이 메뉴를 위한 준비였나보다. 직접 담근 간장 베이스의 소스에 절여 구운 부채살과 가지. 생 가쓰오부시가 갈아서 나오는데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와서 제조된 귀한 놈이다. 가쓰오부시를 찍어 같이 나온 양파절임과 함께 먹으면 바로 천국간다. 가지를 싫어하는 나도 양념이 되어서 그런가 가지 생각이 안나는 가지맛… 맛있었다. 양념이돼서 그런가 슬슬 탄수화물이 땡기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컷팅전에는 덩어리가 길어 갈빗살인가 했는데 업진살 부위에 직접 제조한 고추장 양념을 발라 호박구이와 함께 제공된다. 업진살이 기름기가 많아 느끼할수가 있는데 확실히 단짠한 고추장양념때문에 전혀 느끼하지 않고 씹는맛이 일품이다. 소스가 전혀 먹어보지 못한 신기한맛이었는데 밥 비벼 먹으면 아주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두번째 입가심
이제 구이종류는 제공이 끝났고 식사 직전 제공되는 레몬 셔벗이다. 흔히 샤베트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냥 얼음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상큼한 레몬맛이 싸구려 레몬 맛 아이스크림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샤인머스캣을 반 갈라서 올려주었고 아쉬운점은 모든 메뉴들의 양이 좀… 아마 맛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간단요리
먹을때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송도 특우 코스 구성이 알찼구나… 배가고파 눈이 돌아가서 그런지 시간도 금방가고 별로 안 먹은 것 같았는데 이렇게보니 구성이 참 옹골차다. 위 사진의 음식은 차돌 편백찜이다. 우리가 입장할 때 부터 편백나무에 뭔가 찌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게 이거였나보다. 차돌박이와 숙주, 팽이버섯을 같이 쪄냈고 그 위에 레몬 폰즈 소스가 살짝 묻어있으니 따로 간을 할 필요는 없고, 와사비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한입에 끝낼 양이다.
이건 채끝등심을 이용한 스끼야끼. 안의 노른자를 잘 저어서 파와 같이 먹으면 되는데 등심을 어떻게 삶았는지 식감이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것이 이놈 참 맛있었다. 세손가락안에 드는 메뉴였다. 양도 적지 않고 고기가 꽤 많았던걸로 기억난다. (그래서 맘에 들었을지도)
식사
마지막으로 제공된 식사 메뉴는 한우 묵은지 김치찌개. 사실 신김치를 좋아하는 나는 묵은지의 시큼달달한 맛을 기대했지만 그정도는 아니었고 간과 향은 김치찌개보다 감자탕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밥이 정말 맛있었는데 의도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고슬고슬하게 된밥을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너무 맛있었고 국물을 비벼먹으니 덜익은듯한 고슬밥 씹히는게 아주 일품이었다.
디저트
음식이 제공이 다 끝나고 마지막으로 나온 디저트, 딸기 소르베. 위에 레몬 샤베트가 입가심으로 한 번 나왔었는데 디저트는 비슷한 식감에 비슷한 생김새인데 소르베라고해서 한 번 찾아보니 둘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르베는 프랑스어로 설탕을 섞은 물에 과즙과, 과일 퓌레, 과일주 등을 넣어 얼린 빙과류의 음식이고, 여기에 유제품을 섞으면 샤베트가 된다. 근데 분명 위에 있는 레몬 샤베트에는 유제품이 들어간게 없었던 것 같은데… 암튼 뭐 그렇다고 한다. 딸기소르베는 그냥 어디가서 먹어본 평범한 맛이었다.
송도 특우 가격 및 상세후기
송도 특우의 한우 오마카세 코스는 1인 13만원이라는 저렴하지 않은 금액으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한우를 쓴다는점, 구성이 알차고 많아 양이 적지 않다는점을 고려하면 요즘같이 치킨한마리에 3만원씩 하는시대에 결코 비싸지는 않은 금액이라 생각된다. 또한 8인석의 닷지형식의 업장으로 사람이 많지 않아 좋은 음악 들으며 조용하게 음식을 즐기길 원하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합리적인 금액이라 생각된다.
주류도 발베니, 맥캘란, 야마자키, 히비키 등 요새 인기 많은 위스키들을 전부 구비했고 병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니,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합리적인 금액에 한우와 위스키를 같이 즐길 수 있다.
송도 특우는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니 아래의 링크를 통해 좋은날, 좋은 시간을 얼른 선점하시길 바란다.
송도만해도 정말 먹을곳이 많다. 서울에는 자주 갈 일이 없으니 가능하면 인천에 있는 모든 맛집들을 좀 더 자주 여러분께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본인이 돼지고기 구이중 제 1순위로 꼽는 송도 숙성도의 후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 자세한 정보 얻어가시길 바란다
오늘도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며, 주말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